|
[유레카] 본성(4), 팃포탯 전략 |
협력하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배반을 선택함으로써 손익의 총합에선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향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이름한 건 수학자 앨버트 터커였다. 배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나 혹은 배반을 당함으로써 받게 될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반은 최적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리그전으로 치러지는 인생의 게임에서 배반은 신뢰의 상실과 함께 길게 보아선 소탐대실일 뿐이다. 그래서 역시 게임이론가인 폰 노이만은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인간관계를 고려할 때 온전한 죄수의 딜레마는 존재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바로 그 죄수의 딜레마를 게임으로 만들어, 인간이 왜 협력하는지 설명해냈다. 이 게임에서 양쪽 모두 협력할 경우 각 3점, 한쪽 협력, 다른 쪽 배신엔 0점과 5점, 양쪽 모두 배반 땐 각 1점씩을 주고, 최다득점자가 우승하는 컴퓨터게임 대회를 열었다. 우승자는 맞대응이라는 뜻의 팃포탯 전략이었다. 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반드시 협력하라. 둘째, 상대의 배반엔 반드시 응징하라. 셋째, 응징 후엔 용서하라. 넷째,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잔머리 굴리지 말라.
팃포탯은 상대보다 한 번도 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종 누계에선 최고의 점수를 획득했다. 모든 상대에게서 협력을 이끌어냈기 때문이었다. 배반은 반드시 응징당하고 협력은 반드시 보상받는, 이 프로그램 앞에서 모든 상대는 협력을 선택했다. 액설로드는 이에 따라 협력은 우정이나 탁월한 계산력이 없이도 창발되며, 심지어 적과도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하며, 잔머리를 굴려서도 안 된다. 한평생 그렇게 살다 간 사람의 기일이 바로 엊그제였다. 그의 제자 유시민씨는 최근 협력적 연대로 기치를 바꿨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