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3 19:18
수정 : 2011.06.23 19:18
지진이 무서운 건 여진 때문이란다. 이슈가 터지면 현장에 달려가고 기득권층이 듣기 싫어할 말들을 재잘거리는 김여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에 대한 편견이 있는 반면 보호장치는 없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한때 연기를 시작하면서 뉴스도 안 보고 살았지만 막상 사회문제를 외면하니 자신의 문제가 더 버거워졌다고 한다. 외롭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게 더 행복해서 나부댄다는 것이다. 김여진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고 이해하고 그 일로 수십년 밥을 먹어온, 곧 공감하는 것이 기술인 배우이기 때문에 사회에 금을 긋고 벽을 허무는 행위를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연기란 단순한 흉내라든지 자기 현시의 동작이 아니라 상상의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이며 ‘예민한 감수성과 빼어난 지성’은 연기의 기본조건이다. 공감 능력이야말로 연예인에게 더욱 중요하다.
명나라 중기 유학자 왕심재는 추선설에서 미꾸라지의 예를 들어 공감 능력은 본성에 충실할 때 생긴다고 했다. 물뱀 같은 드렁허리가 잔뜩 들어 있는 대야에 드렁허리들이 서로 얽히고 눌려서 죽은 듯한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그 틈을 좌우로 아래위로 쉬지 않고 비집고 다닌다. 마치 신묘한 용같이 움직이자 드렁허리들이 몸을 움직이고 기운이 통해서 삶을 회복하게 됐다. 미꾸라지가 활발히 움직여 드렁허리를 살려냈지만 동정하거나 보답을 바라서 그런 게 아니다. 미꾸라지는 단지 자신의 본성에 따라 그렇게 했을 뿐이며, 이처럼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영위할 때 소통과 공감은 기대하지 않아도 이뤄진다고 보았다.
김여진은 무대를 사회로 넓혀 본성대로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진중공업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이야말로 누구보다도 유머감각과 매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둘은 처지가 바뀌었어도 만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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