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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6 19:08 수정 : 2011.06.26 19:23

미국에서 흥미있는 구술사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라디오 피디 출신의 데이브 아이세이(45)가 중심이 된 ‘이야기집단’(StoryCorps)이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외면당해온 보통사람의 목소리로써 20~21세기 미국·미국인의 초상을 그리겠다는 계획이다. 2003년 뉴욕 그랜드 센트럴역의 녹음부스를 시작으로, 7년이 지난 현재 뉴욕,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고정부스 3곳을 두고 있으며 녹음 트레일러 2대가 전국을 누비고 있다. 불편한 이를 위해서 방문조사도 하고 녹음키트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지난해 말까지 3만5천여건의 이야기를 채집했다.

이들의 모토는 모든 사람의 삶은 가치가 있고 모든 목소리는 들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자기 목소리만 높이는 시대에 듣는 것 자체가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작업은 간단하다. 이야기를 나누고픈 누군가와 녹음부스를 방문하면 된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40분 동안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시디에 녹음돼 1장은 당사자한테 주고, 1장은 미국 국회도서관 민중생활센터 아카이브에 보내져 보관된다.

채집된 이야기에는 홀로코스트, 2차대전, 9·11 테러 등 역사적 내용은 물론, 실업으로 인한 노숙, 매맞는 아내, 동성애 등 사회적 소수자에서 거리의 청소부, 죽음을 앞둔 암환자, 대학 진학을 위해 딸을 떠나보내는 엄마 등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구술사 정리가 있다. 4·3 항쟁, 5·18 민주화운동, 일제강점기 등 과거사 진상 조사 차원에서 이뤄진 한시적인 작업이 주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등에서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특정 분야의 유명인사가 중심이다.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의 특별한 예외가 없지 않지만 이야기집단처럼 당대 민중의 초상화를 그리려는 큰 시도는 아직 없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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