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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3 19:40 수정 : 2011.07.03 21:32

말은 사회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생성·소멸한다. 그래서 말은 당대의 시대상을 알려주는 키워드로 기능하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이 2004년 초에 이전 한해 동안 등장한 여러 말들 가운데 의미있는 것들을 추려 신조어 보고서를 처음 선보인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신조어 가운데 99%는 명사였다. 특히 건달정부, 미끼정치 등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드러낸 것이 많았다. 일부 형용사도 있었는데, 접사 ‘~스럽다’를 명사 뒤에 붙여 만든 것들이다. 부시스럽다, 장진구스럽다 등. ~스럽다는 ‘그러한 성질이 있다’는 뜻을 더해주는 접미사로서, ~답다, ~롭다 등과 함께 한글의 다채로운 변용을 가능케 하는 요술방망이다.

보고서에서 형용사는 말석을 차지했지만, ‘검사스럽다’란 신조어로 말미암아 이 보고서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국립국어원은 이렇게 풀이했다.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 저작권자인 누리꾼들의 불만은 컸다. 검찰 눈치 보느라 신조어의 생명인 풍자와 해학을 거세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풀이는 이랬다. ‘버릇없이 아버지(부모 혹은 국민)에게 대들고, 앞에선 죽겠다고 푸념하면서 뒤로는 룸살롱(해외여행)이나 즐기고, 한 말 또 하고 짜증날 때까지 되풀이하고, 제 것은 안 주면서 남의 것 빼앗기 좋아하는 따위의 성질이 있다.’ 패륜, 속물, 양아치 등을 포괄하는 뜻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첫번째 용례를 실천했고, 잇따른 스폰서 사건으로 두번째 뜻을 굳혔으며, 집단사표 등의 몽니로 나머지 뜻도 구현했다. 검찰 말고도 요즘 그 대열에 끼려 안달인 집단이나 개인이 있다. ~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들을 모두 고른다면? 1.홍대 재단 2.김인규 3.조남호 4.경찰 5.검새 6.전경련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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