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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사치와 명품 / 정영무 |
인류의 생활에는 늘 사치가 함께했다고 프랑스의 경제·역사학자 장 카스타레드는 <사치와 문명>에서 말한다. 사치는 인류 역사에 개성을 부여하고 문명을 키워온 원동력으로, 그 바탕엔 파스칼이 정의한 세 가지 욕망이 있다고 한다. “권력과 지배에 대한 욕망인 도미난디,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얻으려는 욕망인 카피엔디, 그리고 감각과 관능성에 대한 욕망인 첸티엔디가 그것이다.”
사치를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라는 부정적 의미를 넘어 인간의 잠재력과 위대함을 발견하게 하는 수단으로 본 점은 새롭다. 종교적인 욕망, 예술적인 욕망만큼 고상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지만 문명에선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한다.
카스타레드가 말하는 사치란 단순히 명품 집착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물질적 사치와 문화적 동력이 된 사치의 차이를 엄격히 구분하고, 문화와 역사가 없는 물질적 사치는 결국 폐허로 남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사치는 돈을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풍요로워졌는가 하는 기준으로 판단돼야 한다. 사치는 소유가 아니라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 귀족들이 누리던 사치는 명품이라는 판타지로 대중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공방이 공장이 되고 장인정신 대신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 판을 치고 있다. 이달 들어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돼 관세가 10% 안팎 내려갔지만 유럽 의류·가방 업체들은 물품값을 올렸다. 유럽이나 최대 수요처였던 일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게 사치품의 역설이라지만 이쯤 되면 문명을 꽃피운 사치 쪽은 아닌 듯하다. 사치품 업체들이 돈을 쓸어담기에 급급해 사치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고 있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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