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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멘델과 생물수학 / 이근영 |
인간게놈지도 초안이 완성된 지 10돌이 지났다. 하지만 기적의 묘약이나 개인 맞춤형 신약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 것이라는 가설은 깨졌다. 정크 디엔에이(DNA)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유기체는 디엔에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컴퓨터가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반성했다. 이제 유기체는 거꾸로 디엔에이에 의해 조정되는 역동적인 시스템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생물학이 디엔에이·단백질 등 미세 연구의 한계에 부닥치면서 수학적 모델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네의 신경체계가 어떻게 조직화했는지 방정식을 세워 소·말의 다리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움직이는지를 유추하는 식이다. 생물수학(시스템생물학)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해당 연구센터에 1억달러(1200억원)를 투자할 정도로 주목도가 커졌다.
생물수학의 기원은 유전학 창시자인 그레고어 멘델로 올라간다. 멘델이 형편이 어려워 브르노 수도원에 들어갈 때 추천을 해준 이는 물리학자 프란츠 교수였다. 교사 자격을 얻으려 진학한 빈대학에서 식물학자 웅거와 세포학자 네겔리를 만났지만 실험물리학 교수 도플러와의 인연도 그의 미래에 중요한 경험이었다. 그가 고등학교에서 가르친 과목도 물리였다. 당시 물리학은 수학 비중이 컸다. 멘델이 식물 연구를 수학적(통계학적)으로 접근한 까닭은 이런 배경에서 찾아진다. 생전 멘델은 오히려 물리학자(수학자)로 인정받았다. 브르노 자연과학학회는 멘델의 완두콩 잡종 연구 논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그가 6년 동안 기상을 관측해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내놓은 논문은 500부를 찍어 돌릴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국제물리·화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 학생들이 1위를 차지했다. 찬사를 보내기에 더할 나위가 없지만, 한 과목에 올인해 받는 상이어서 여지가 남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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