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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연금복권 / 정영무 |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상금을 2배로 늘리고 한번 더 던진다. 시작은 1원부터. 처음 동전을 던져서 뒷면이 나오면 1원에서 끝나지만 앞면이 나오면 상금은 2원으로 늘어난다. 앞면이 한번 더 나오면 상금이 4원으로 늘어난다.
상금은 앞면이 나올 때마다 8원, 16원, 32원으로 계속 늘어난다. 물론 뒷면이 나오면 게임은 끝나고 그 금액만 받게 된다. 만약 10번 연속 앞면이 나오면 상금은 1024원, 20번 연속 나오면 104만8576원, 30번 연속이면 10억7374만1824원으로 늘어난다. 수학적으로 이 게임의 기댓값은 무한대다. 그런데 기댓값이 늘어나는 만큼 확률은 줄어든다. 수학자 니콜라스 베르누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문제를 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 게임에서 100원 이상 상금을 받을 확률은 128분의 1밖에 안 된다. 동전을 10번 던져서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은 1024분의 1이다. 20번이면 104만8576분의 1이다. 만약 이 게임을 복권으로 만들어 판다면 현실적으로 100원도 아까울 것이다.
연금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315만분의 1인데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동전 던지기를 할 때는 돈 잃을 확률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살 때는 확률을 따지지 않고 수십억원의 당첨금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무한대의 가치가 있더라도 확률이 낮으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복권을 ‘희망의 부재에 대한 세금’이라고 한다. 가장 저항이 적고 가장 역진적인 세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로또에 당첨된 뒤 불행해졌다는 기사가 많이 나와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연금복권을 내게 됐다”니 병 주고 약 주고가 따로 없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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