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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빅블루 패밀리와 그랑블루 가족 / 이근영 |
아이비엠(IBM)은 ‘빅블루’라 불린다. 회사 로고 마크가 푸른색으로 그려져서다. 아이비엠은 1981년 8월12일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 ‘아이비엠 5150 개인용 컴퓨터(PC)’를 내놓았다. 제품의 고유명사였던 피시는 보통명사가 됐고, 이태 뒤 <타임>은 무생물인 피시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 화제를 이어갔다. 첫해 4만대였던 피시 판매량은 지난해 말 현재 3억4620만대로 30년 만에 8600배가 늘었다. ‘빅블루’에는 우량주(블루칩) 중에서도 최고라는 의미도 보태져 있다.
1985년 ‘꿈의 직장’에서 일하던 한 화학자가 아이비엠에 편지를 썼다. 연구실 동료 12명 중 두 명은 뇌종양, 두 명은 림프계 암, 두 명은 위장관계 암, 두 명은 골격계 암에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연구팀장도 결국 뇌종양으로 죽었다. 회사에서 돌아온 답변은 “문제없다”였다.
근무 환경과 무관하다는 회사 주장과 달리 이후 아이비엠에 근무하다 암에 걸린 200여명과 각종 선천적 장애를 지닌 노동자 자녀 50여명은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였다. 급기야 2003년 비호지킨림프종과 유방암에 걸린 두 명의 ‘빅블루 패밀리’는 불법적으로 노동자들을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시키고 유해한 작업환경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은폐했다며 아이비엠을 고소했다. 노동자들은 패소했지만 재판 과정에 아이비엠이 35년 동안 숨진 직원 3만명의 원인을 분석한 ‘기업사망자료’를 갖고 있었으며, 제조 노동자들의 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관련 논문을 실으려던 한 과학저널은 아이비엠의 소송 압력에 게재를 포기했다 한다.
백혈병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 요구 소송에 휘말린 ‘또 하나의 가족’ 삼성전자는 데자뷔(기시감)를 일으킨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서포터가 ‘그랑블루’인 것도 공교롭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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