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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7 19:25 수정 : 2011.08.17 19:25

수요일인 17일,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선 어김없이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열렸다. 1992년 1월 시작해 이번이 983번째다. 오는 12월14일이면 1000번째를 맞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성이다. 하지만 일본은 공식 사죄와 배상 등 할머니들의 요구에 대해 그저 모르쇠만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부에 등록된 234명의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164명이 세상을 등졌다. 생존한 이들도 94살의 김복득·이순덕 할머니를 비롯해 대부분 80살을 훌쩍 넘는다. 살아있는 육신으로 일제의 만행을 증언할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반백년 이상의 한이 서린 할머니들에게 자신들의 삶과 기억, 위안부 운동의 역사를 후대에 전할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02-365-4016)은 큰 위안이다. “역사를 보고 배워서 다시는 전쟁 없는 세상,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길원옥 할머니)는 희망이다. 2004년 처음 제안돼 7년여 동안 성금 17억원을 모았고, 얼마 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터 350㎡의 2층 벽돌집을 구입했다.

지난 14일 이곳에선 박물관 건립 계획을 알리는 ‘희망의 문 열기’ 행사가 열렸다. 박물관은 수요시위 1000번째 날에 문을 열 예정이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여태껏 모은 돈으론 건물을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키기가 힘에 부친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내외 시민사회가 힘을 보태는 동안 정부는 한 평의 땅도, 한푼의 돈도 내놓지 않았다.

애초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 박물관을 지으려 했지만, 일부 우파 단체들이 “자학적 역사관은 안 된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제 자신의 한과 상처도 제대로 기록하고 보듬지 못하면서 어떻게 일본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부끄러움이 앞선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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