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9.15 19:14 수정 : 2011.09.15 19:14

기원전 5세기에 주조된 그리스의 은화 드라크마는 최초의 국제통화로 추정된다. 그리스 이외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 이 화폐는 한 줌을 뜻하며, 1드라크마의 가치는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다고 한다. 성경에도 예수가 드라크마를 언급한 대목이 있다.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않겠느냐.”

지난 2001년 유로에 흡수되면서 그리스는 가장 오래된 통화인 드라크마를 아쉬움 속에 포기했다. 그리스는 관광산업으로 먹고살았으며 유로존에서 소득이 낮은 축에 속했다. 유로화로 화폐가 바뀌면서 잘사는 나라와 물가 동조 현상이 발생해 물가가 뛰었다. 소득은 그다지 늘지 않았는데 물가만 크게 올랐으니 살기 어려워진 것은 당연하다. 물가 싼 맛에 그리스를 찾던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렸다.

그리스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 정부 책임론과 국제투기세력의 희생물이라는 양론이 맞선다. 여기에다 드라크마를 버리고 섣불리 유로존에 가입한 게 화근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로존 가입으로 환율정책의 손발이 묶여 상황이 나빠졌으며, 가입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맺었던 불투명한 스와프계약이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리스 출신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우리는 혹독한 희생이 필요한 긴축을 채권자들과 합의하든지 아니면 드라크마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존 탈퇴는 보호막을 벗어던지는 무모한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는 고결한 인간정신의 표현이자 카타르시스인 비극의 발상지다. 비극은 갈등의 해결책이 없을 때 일어난다. 비극에는 ‘비극적인 결점’이 있다고 한다. 주인공이 그걸 극복하면 희극이고, 극복하지 못하면 비극이다. 그리스가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