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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안보동맹 마피아 / 한승동 |
중남미 나라들이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공동체’(LAC)를 발족시켰다고 한다.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탈미국 지향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뒷마당에서도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쿠바 봉쇄도 “북미와 중남미를 통틀어 쿠바를 승인하고 있지 않은 나라는 미국뿐”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귀결됐다. 봉쇄당한 건 쿠바가 아니라 미국?
중동에서도 미국은 환영받지 못했다. 이라크·아프간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랍 민주화 바람은 어떤 면에선 미국 패권의 종언을 의미한다.
미국은 오직 동아시아에서 변함없이 환영받고 있다. “현상 변경을 무조건 겁내는 국방·외교 관료들의 한계를 넘어서는 세계관과 구상력을 지닌 정치가가 없다. 미-일 동맹이 만들어준 기득권으로 밥을 먹어온 안보 마피아 틀 내 ‘자신들끼리의 평가’ 속에 안주해온 미숙한 정치가들이 ‘미국의 신임’을 얻으려 잔머리를 굴리며 일본을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일본이 한심하다고 평론가 데라시마 지쓰로가 <세카이>(세계)에 썼다. 주일미군 재편 협상 때 일본 관료들이 자국이 아니라 미국을 위해 열심히 움직인 사실이 위키리크스 문서 공개로 폭로되자 몹시 낙담한 모양이다. 중국의 대두를 견제하려는 미국에 일본의 친미 안보 마피아들의 값은 더 올라가고 있다.
위키리크스 문서가 보여주는 한국 관료·정치인들은 그 이상이다. 자유무역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료. 국회가 한국 농민에 맞서 “저항할 용기를 내야 한다”며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비중이 14.6%나 되는 미국이 아니라 4.6%밖에 안 되는 한국이 문제라고 미국 대사에게 일러바친 국회의원. 정전 사태가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99.9%라고 난리 친 미국유학파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과 다를 바 없다. 동맹 마피아라고나 할까.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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