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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날씨도 못 읽는 에너지 기업 / 김종구 |
“훌륭한 장군은 전략을 배우고 유능한 장군은 병참학을 공부한다. 그러나 전쟁에서 승리하는 장군은 날씨를 아는 장군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말이다. 중국의 병서 <육도삼략>은 “하늘의 형상을 알아보는 사람 세 명으로 하여금 역법을 관리하고 바람과 기후를 염탐하며… 하늘의 마음의 거동하는 기미를 알아내는 것을 주관하도록 한다”고 써놓았다. 독일 학자 얀 클라게는 “날씨가 역사를 만든다”고까지 단언했다.
역사 속에서 기후나 날씨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은 예는 수없이 많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예상되는 1944년 6월6일께는 날씨가 나빠 작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가 크게 허를 찔렸다. 기원전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폭풍), 로마군과 게르만족의 토이토부르크숲 싸움(폭풍우), 스페인 무적함대 패전(폭풍우), 적벽대전(계절풍) 등의 승리자는 모두 날씨의 변화를 잘 이용한 쪽이었다.
날씨의 중요성은 현대에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1982년 엘니뇨 현상으로 페루 앞바다의 정어리 수확량이 격감하면서 미국이 정어리를 원료로 한 비료 대신 콩을 사용하자 세계적인 식량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바닷물 온도가 1도 상승하면 미국 경제는 몸살을 앓고 세계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도 생겨났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날씨파생상품이 각광받게 된 것도 날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많아서다. 특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에너지 산업 쪽은 파생상품의 주요한 고객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늦더위를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전력 공급능력을 줄였다가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정전사태를 빚었다. 전쟁으로 치면 승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날씨를 등한히 했다가 패전한 엉터리 장수들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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