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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위상절연체 / 이근영 |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분리배출)를 해본 사람은 분류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플라스틱인지 금속인지, 아니면 종이류에 넣어야 할지 헛갈릴 때가 많다. 기본적인 것은 모양이 아니라 재료를 가지고 나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에게 분류 작업은 중요하다. 어떤 물질이 발견되면 우선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를 살핀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 물질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물질의 발견은 종종 노벨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그래핀’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영국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과학자에게 영예를 안겼다.
그러나 물질의 분류 작업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가령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부도체(절연체)를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전기가 얼마나 잘 흐르느냐로 보면 어디까지가 도체이고 반도체이고 부도체인지 칼로 물 베듯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아닌, 남자와 여자 이렇게 칼로 무 자르듯 분류하기를 추구한다. 정확한 분류 방법을 위해 도입한 것이 수학의 위상학(토폴로지)이다. 토폴로지는 모양이라는 뜻이다. 머그컵과 도넛이 모양은 다르지만 위상학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구멍이 하나이기에 구멍을 메우는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변형시켜 닮은꼴을 만들 수 있다. 둘은 골프공과는 위상학적으로 다른 것이다.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요소로 질량과 전하 외에 스핀이라는 것이 있다. 물리세계는 이 스핀이 정수냐 반정수냐는 위상학적 숫자에 따라 ‘보손’(보스입자)과 ‘페르미온’(페르미입자) 딱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나 중성미자는 페르미온, 광양자는 보손에 속한다. 위상학적으로 보면 절연체도 보통 절연체와 위상절연체가 있다. 위상절연체는 경계면이 반드시 도체가 된다는 이론(2007년)이 먼저 제기되고 실제로 증명(2008년)됐다. 요즘 물리학계에선 그래핀만큼이나 위상절연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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