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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FTA, TPP, EPA / 한승동 |
“티피피(TPP) 찬성파가 걱정하는 건 일본이 티피피에 들어가지 않으면 자동차나 가전제품 관세철폐 등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앞서가는 한국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 경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티피피 찬성파의 초조감이 묻어난다. 지난 12일 결국 노다 총리가 일본의 티피피 교섭 참가의사를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밝혔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앞세워 일본을 둘러치고 항복을 받아내려던 미국의 전략은 적중한 듯 보인다. 찬성파는 농업 등 1.5%의 반대 때문에 98.5%가 희생될 순 없다며 미국에 동조했지만 티피피 수혜자는 주로 상층 1.5%일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은 일종의 급진적 에프티에이(FTA: Free Trade Agreement)다. 에프티에이는 모든 가맹국들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세계무역기구(WTO) 룰과는 달리 상대를 선택해서 그들만의 룰을 적용하는 예외적 조처다. 주로 관세장벽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형편에 따라 여러 예외조항을 둔다. 이와 달리 티피피는 관세를 예외없이 즉각 철폐하고 농업과 금융, 의료 등의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 그리고 사람의 이동까지 포괄한다. 경제동반자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은 티피피와 에프티에이 중간쯤에 위치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어느 것이든 결국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룰의 자유통행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먼저 가는 한국을 주시하며 더 나은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보험과 의약품, 농협과 수산협, 우정사업 등을 미국 요구대로 내주고 농업과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내준 한국에서 이는 논란은 일본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집권당 안에도 반대파가 많은 일본에서 티피피 공방이 뜨겁다.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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