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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1 16:56 수정 : 2011.12.01 18:42

2008년 5월29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석 달 뒤인 그날 새벽 2시11분. 당시 주한 미국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는 본국 정부에 보낼 보고서 작성을 완료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푸는 데는 미국의 도움이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라고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강조했다. 이 부의장은 이 대통령이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어서(pro-U.S. and pro-Japan to the core) 대통령의 시각(vision, 대미·대일관)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 이 부의장은 새 국회의 핵심 임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날 점심 식사를 함께(전여옥 의원도 있었다) 하면서 한 얘기였다. 이밖에 박근혜 의원과의 갈등, 쇠고기 수입 요구를 6·4 보궐선거까지는 자제해줘야 한나라당이 이긴다는 얘기 등 시시콜콜 털어놓은 한국 내정 얘기들을 정리한 그 비밀전문은 지난 9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국 관련 미국 외교전문 1980건 중의 하나다.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리들이 서민과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나는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한 최은배 부장판사 얘기의 출발점이 거기다. 전문이 공개됐을 때, 대통령을 뼛속까지 친미·친일주의자로 규정하고, 협상국 대사에게 논란중인 에프티에이 통과 얘기를 하고, 반대자들을 반미, 친북주의자라 매도했으며, 문제를 모조리 좌파와 언론의 (좌)편향 탓으로 돌린 참석자들을 보수세력이 문제 삼은 적이 있었던가. 최 판사를 문제 삼은 건 자신들 편이 아니어선가.

엊그제 열린 리영희 선생 1주기 추모행사에서 언론인 김선주씨는 선생의 삶을 관통한 정신의 한 줄기를 목숨과도 바꿀 수 없었던 ‘자존심’으로 압축했다. 바로 그게 ‘뼛속까지 친미·친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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