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레카] 자화자찬 / 김종구 |
고려·조선 시대를 통틀어 자기과시가 심한 문인 중 첫손가락을 다투는 사람은 <파한집>으로 유명한 이인로다. 그는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 소동파가 묵을 희롱하는 풍골과 더불어… 천연적인 기교가 잘 어우러지고 신의 경지가 엉기어진 것”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규보도 이에 못지않다. 그는 <백운소설>에서 “어쩌다 종이에 붓을 대고 시를 지으면 백 운에 이를지라도… 붓이 멈추어 그만두지를 않는다” “내가 길에서 흥얼거린 시가 중국에 흘러들어가 족자로 만들어진다는데”라고 자랑했다.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은 “사명대사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조정 관료들에게 송별시를 청하므로 내가 지어주자 이를 보고 (동방 문사로 칭송받던) 차천로가 붓을 놓아버렸다”고 자랑했다.
문인들의 이런 자화자찬을 후대 문인들이 곱게 보아줄 리 없다. 서거정은 이인로의 자기과시를 ‘자애(自愛) 문장’이라고 꼬집었다. 최자의 <보한집> 책 이름은 <파한집>의 객관성 결여를 보완한다는 의미도 띠고 있다고 한다.(백연태 <문학가의 자기과시에 대하여>) 중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송대 문인 구양수가 자신의 한 작품을 두고 “이백(李白)도 지을 수 없는 것”이라고 자랑했다가 “그 작품은 이백은커녕 백거이에게도 미치지 못한다”(남송의 나대경)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자화자찬을 했다가 이름이 영원히 남겨진 사람도 있다.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전 미국의 휘그당은 멕시코와의 전쟁 등에서 활약한 윈필드 스콧 장군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했다. 그런데 스콧은 선거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신의 업적과 능력을 자화자찬했다가 반대편 진영으로부터 ‘위대한 스콧’(Great Scott)이라는 조롱을 받고 참패했다. 그리고 이 표현은 ‘아니 이런!’ ‘맙소사’를 뜻하는 관용구가 돼버렸다.
종편을 보유한 신문들의 자화자찬성 홍보기사가 낯뜨거운 수준이다. 참으로 “그레이트 조중동!”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