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레카] 큰 꼼수, 작은 꼼수 / 임종업 |
서울역에는 두 노숙인들이 있다. 앞쪽은 8월부터 시민불편 해소 명분으로 역에서 쫓겨난 노숙자들이고, 뒤쪽은 경의선 선로 유지보수 외주화(민간위탁)를 반대하며 일주일째 농성하는 철도노조 조합원들이다.
철도공사는 내년부터 경의선, 안산선, 경전선, 중앙선, 부산 신항선 등 일부 구간의 선로 유지보수를 외부 업체에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낙하산’ 허준영 사장이 취임한 이래 추진해온 전체 정원 5115명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선로부문은 2009년 16명, 2010년 41명, 올해 81명, 내년 168명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효율화’ 방침을 따르되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지보수 수요를 풀려는 공사 쪽의 꼼수다. 외주비용은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로 계상돼 장부상으로 공사의 예산 운영이 건실해지기 때문이다.
올 들어 철도사고가 빈발했다. 2월 광명역 탈선 사고, 6월 월계역 철로 유실에 이은 이달 초 공항철도 계양역 선로보수 노동자 참사가 그것이다. 보도가 안 된 것까지 합치면 사고 건수는 상당히 많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기지 안에서 사고가 날 경우 ‘선로복구 모의훈련’이라는 펼침막을 내걸어 은폐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의 잇단 사고는 불길한 전주곡으로 읽힌다. 부실한 선로 유지보수는 그 결과가 드러나지 않다가 임계점을 넘으면 걷잡을 수 없이 터지기 마련이다. 노조는 정규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케이티엑스 신설, 경의선·경원선·경춘선·중앙선의 복선화 등으로 수요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 큰 꼼수는 철도공사-시설관리공단 이원화. 신자본주의 신봉자들이 철도 민영화를 위해 그린 큰 그림이다. 피해는 모두 바닥으로 향한다. 공항철도에서는 계약직 노동자들이었고, 없어야 하지만 발생할 수 있는 열차탈선 사고는 애먼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