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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2013년 체제 / 한승동 |
만일 한국 동해안 원전에서 후쿠시마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면 원전 반지름 수십 내지 수백 킬로미터 안의 많은 지역이 최소 수십년 동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도 있다. 편서풍을 탄 다량의 방사성 물질들은 교토와 도쿄를 포함한 일본 남중부 일대까지 뒤덮을 것이다. 역시 편서풍 지대인 중국 동해연안 원전들은 후쿠시마 원전보다 우리에게 더 가깝다. 우리 서해안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더 끔찍하다.
북한 핵만 무서운 게 아니다. 어쩌면 제대로 쓸 수도 없는 조악한 북한 핵무기 몇 기보다 한·중·일 전역에 수십 기씩 흩어져 있는 원전들이 더 현실적인 핵위협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는 쇠귀에 경 읽기로 공세적인 원전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시민들이 저지해야 한다. 백낙청 교수가 얘기하는 ‘2013년 체제’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완수하지 못한 정치·경제 민주주의 내실화와 남북연합 단계로의 분단모순(1953년 체제) 완화 내지 해소를 지향하고 있지만, 이를 국경을 넘는 동아시아 공통의 버전으로 확대할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에도 남북 및 미·중·일의 정권들은 무능했다. 3대 세습의 기묘한 김정은 체제로 이행중인 불안정한 북 체제가 핵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전지구적 관심사다. 이제와 같은 정권 차원의 접근으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김정일 사망에도 정부는 허둥대며 헛짚고 있다. 무엇보다 북에는 앞으로 상당 기간 김일성·김정일체제와 같은 확고한 힘의 중심이 없다. 그로 인한 내부 불신과 분열 가능성 때문에라도 김정은 체제는 상호 불신이 쌓일 대로 쌓인 남쪽 또는 미·일 정권들과 핵 협상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도 남북 간에 합의한 기왕의 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이라는 2013년 체제의 주요 구성요소들이 북에는 안정감 있는 교섭 매뉴얼이 될 수 있다. 2012년이 중요하다.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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