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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6 19:27 수정 : 2011.12.26 19:27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쿠르트 괴델이 1931년에 발표한 ‘불완전성의 정리’는 20세기 최고의 수학적 성과로 꼽힌다. 이 정리가 나오기 전까지 수학의 명제는 증명이 되어야만 ‘참’이었다. ‘공리’에서 출발해 아무런 모순 없이 완전히 증명이 이뤄진 것을 ‘정리’라고 하고 정리는 곧 ‘진리’였다. 그러나 약관 25살의 괴델이 ‘참이지만 참이라고 증명할 수 없는 수학적 명제들이 있다’는 불완전성 정리를 발표하자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이 정리는 기존의 논리학 체계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이야기할 때 흔히 예로 드는 것이 “나는 거짓말쟁이다”라는 자기부정의 역설이다. 이 말이 참말이라면 그는 거짓말쟁이다. 하지만 거짓말쟁이가 ‘나는 거짓말쟁이’라고 참말을 한 셈이므로 그는 거짓말쟁이가 아니게 된다. 괴델의 정리는 이처럼 참이면서도 거짓이고 거짓이면서도 참이 되는 패러독스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비비케이(BBK) 사건을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게 바로 이 자기부정의 역설이다. 이 대통령은 “비비케이는 나와는 무관하다”면서도 “내가 비비케이를 설립했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의 말 자체에 참과 거짓이 뒤섞여 뒤죽박죽이 돼버렸는데도 그는 태연하다. 장진 영화감독은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수감에 대해 “증명할 수 없는 진실을 이야기하면 감옥행”이라고 꼬집었는데, 이 대통령은 광운대 강연에서 비비케이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또다른 자기 자신’을 어떻게 사법처리해야 하는가.

그러나 비비케이 사건은 결코 거창한 불완전성의 정리도 아니고, 증명이 불가능한 진실도 아니다. 거짓은 거짓이고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진실 규명의 순간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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