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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레포르마 / 정영무 |
쿠바에는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개미와 매미’로 번안돼 전래되고 있다. 겨울이 되고 먹을 것이 없어진 매미가 개미를 찾아가면 그동안 뭐했느냐는 핀잔을 듣는다. 매미는 “열심히 노래해서 모두들 즐겁고 신명나게 만들어주었지”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일밖에 몰랐던 개미는 반성하고, 매미와 먹을 것을 나누며 즐겁게 겨울을 넘겼다는 이야기다. 쿠바는 풍요롭지는 않지만 무상교육 무상의료로 존엄성을 갖고 사는 나라로 자부해 왔다.
쿠바가 50여년간 고수해온 계획경제 체제를 수정하고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핵심은 사유재산권 인정과 민간의 자율성 강화다. 지난해 말부터 주택과 차량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해 매매를 허용하고 은행 대출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농민이 생산물을 직접 팔 수 있게끔 하고 식량 배급제는 줄여나가 궁극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한다. 또 공공부문 개혁으로 공무원 100만명을 감축하고 대신 창업 쪽으로 물꼬를 터준다는 방침이다. 1990년대 개인사업자를 대거 양성해 국유기업에 의존했던 경제구조를 바꾼 중국식 자본주의 실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라울 카스트로가 일련의 개혁(레포르마)을 단행하는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을 하는 체하고 정부는 임금을 주는 체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3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문도 개혁정책의 성과를 알리려는 뜻이 담겨 있다.
쿠바가 물론 체제 전환을 꾀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점점 더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단언하며, 사회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 북한과 함께 현실 사회주의를 고수해온 쿠바의 변신이 주목된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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