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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방통대군 양아들 / 김종구 |
<삼국지>를 보면 유비에게는 친아들 유선(劉禪)보다도 나이가 많은 유봉(劉封)이라는 양아들이 있었다. 훗날 후계자 결정에 말썽이 우려된다며 관우 등 주변 사람들이 말렸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비가 양아들을 둔 이유는 아들들의 이름을 보면 해답이 나와 있다. ‘봉’과 ‘선’을 합치면 ‘봉선’(封禪)이 되는데 이는 황제가 하늘과 땅에 지내는 제사의식을 뜻한다. 유비의 야심이 뚜렷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처럼 옛사람들이 양아들을 들이는 것은 딱히 아들이 없어 대를 잇게 하거나 혈육을 늘리려는 목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행설이나 사주팔자의 상생설 등에 따라 서로에게 복을 주고 보호해주는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혈연 맺기가 언제나 복된 결과로 돌아온 것만은 아니다. 유봉은 유비를 따라 전장을 누비며 많은 공로를 세워 부군장군의 직위에 오르지만 훗날 오나라에 형주를 빼앗긴 관우한테서 원군 요청을 받고서도 도와주지 않아 관우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유비의 노여움을 산 유봉은 그 뒤 위나라에 패하고 돌아와 유비한테서 자결을 명받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고사를 보면 ‘친딸들보다 효성이 지극한 양아들’ 따위의 미담도 많지만 양아들이 도리어 화의 근원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당나라 때 변방의 절도사 안녹산은 현종이 그의 뚱뚱한 배를 가리키며 “뱃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다”고 묻자 “제 배에는 폐하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고 답변해 환심을 사고 양아들의 자리까지 오른다. 하지만 그는 양어머니인 현종의 후궁 양귀비와 추문을 일으켰고 그가 일으킨 ‘안녹산의 난’은 당나라 패망의 시발점이 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양아들로까지 불린 정용욱씨의 비리 혐의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방통대군’과 그 양아들의 관계도 결코 복된 만남은 아닌 게 분명하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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