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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인샬라 / 정영무 |
이슬람 은행은 이자 없이 운영된다. 코란에서 돈을 갖고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사악하다고 꾸짖는다. 대신 자신의 노동이나 노력, 투자와 지식을 통해 얻는 이익은 신성시된다. 이자는 금지되지만 이윤은 인정하는 것이 이슬람 경제의 골격이다.
이슬람 경제는 공동체 유지를 기본적 가치로 삼고 있다. 고리대금이란 채무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행위이며 노동 대신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언자에 대한 전쟁으로 간주할 정도로 엄하게 금지한다. 이슬람은 또한 자본가와 노동자의 합작을 장려하며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까지도 함께 나눈다는 전제가 있다. 자본가나 노동자 가운데 어느 한쪽이 부당한 이득을 보거나 부당한 손실을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는 이자도 없는 이슬람 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은 이슬람 은행의 배당이 서구식 시중은행보다 높기 때문이다. 저축에 대한 확정 금리는 이슬람의 이자 규정에 저촉되지만 고객이 맡긴 돈을 은행이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된다. 이슬람 은행에는 샤리아위원회, 곧 이슬람 율법위원회가 설치돼 거래가 이슬람 정신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감시한다. 이슬람 은행은 율법에서 금지하는 술, 담배, 매춘 같은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건실한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드물다.
무슬림들은 이 방법으로 신자유주의 모순을 상당 부분 치유하고 공동체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신의 뜻일 뿐만 아니라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척박한 유목 환경에서 터득한 지혜다. 전쟁과 교역이 주된 삶의 방편이었던 무슬림들은 상거래도 알라의 뜻에 따라 이뤄진다고 믿으며, 따라서 시간 승부에 강하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도 인샬라(신의 뜻대로)에 기다림으로 맞설 법하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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