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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2 19:19 수정 : 2012.02.12 19:19

새누리당이 새 로고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디자인을 변경해 파란색을 다시 쓰기로 했다. 검은색이던 ‘새누리당’ 글씨 색깔을 파란색으로 바꾼 것이다.

역사적으로 파란색은 왕족과 귀족, 부르주아가 선호한 색이다. 중세에는 파란색 염료가 귀하고 값이 비싸 상류층이 아니고는 엄두를 내기 힘들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적·백·흑의 기본 색상에 끼지 못하고 주변부 색에 머물던 파란색은 권력층의 선호에 힘입어 인기와 지위가 급상승했다. ‘푸른 피’(blue blood)는 귀족의 혈통을 뜻하는 말이 됐다. 파란색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져 ‘약품=하얀색’이라는 통념을 깨고 비아그라가 파란색으로 만들어질 정도다.

유럽은 정당과 색채를 서로 상응시키는 전통이 있다. 주로 보수당은 파란색, 사회당은 붉은색, 녹색당은 녹색, 자유당은 노란색이 상징색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정당 창당 이래 파란색은 보수의 상징이었다. 새누리당이 한때 파란색을 버리면서까지 새 로고에 빨간색을 선택한 것은 이 색이 갖는 열정, 힘, 역동성, 따뜻함 등의 이미지가 위기 타개에 절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다가 보수층의 반발에 부닥치자 다시 파란색을 추가했다.

사물의 존재 형식을 색깔을 통해 깊이 천착해온 박종국 시인은 “색깔은 마음의 언어/ 다 표현할 수 없는 무궁(無窮)”이라고 노래했다. 시인에게 색깔은 사물의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사물의 내면이요 창조의 근원이다. 비록 새누리당이 시인 집단은 아니지만 ‘색깔이 마음’이라는 명제는 유효하다. 새누리당이 빨강·파랑·흰색의 세 가지 색깔을 모두 당의 기본색으로 잡았다면 최소한 빨강 대 파랑의 이분법적 편견에서는 벗어나야 옳다. 하지만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 거부 사태 등을 보면 마음의 본질에는 변화가 없이 오직 이미지 마케팅을 위해 이 색 저 색 끌어다 쓰는 ‘색깔 탐욕’만 도드라질 뿐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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