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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리멤버 뎀 / 정재권 |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의 관심사는 단연 ‘낙선운동’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총선시민연대를 구성하고 납세와 전과, 병역 등 도덕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부적격 후보자 86명을 선정하고 낙선운동을 펼쳤다. 한편에서 낙선운동의 위법성 논란이 벌어지긴 했지만 결과는 초대형 쓰나미였다. 86명 가운데 59명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낙선운동 대상자 20명 가운데 19명이 떨어졌다.
그로부터 12년 뒤, 오는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2012년판 낙선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결성한 ‘2012 총선 유권자네트워크’(총선넷)가 주도하는 ‘리멤버 뎀’(Remember Them: 그들을 기억하라)이다. 이 낙선운동은 후보자들이 공직·정치 활동에서 보여준 행적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16대 총선 때와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당신이 한 일, 바로 그것으로 평가하겠다’는 얘기다.
총선넷의 사이트 ‘리멤버뎀’(rememberthem.kr)에는 주요 정책 또는 법안과 관련된 후보자들의 발언이나 표결 행위가 올라와 있다. 19일 현재, 4대강 사업에서 주도적 구실을 한 정치인과 공무원 35명, 2009·2010·2011년도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세 차례 모두 참여한 의원 143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관여한 정치인 160명이 공개돼 있다. 세 곳 모두에 이름이 오른 ‘낙선 3관왕’은 새누리당의 강승규·권경석·김무성·김성조·김영우·김정권·손범규·송광호·이한성·정몽준·정옥임·정진섭·조원진·진수희 의원 등 14명이다.
총선넷은 앞으로 미디어법안 날치기 통과 등과 관련된 인사들의 명단도 공개할 계획이라니, 가슴이 쪼그라드는 후보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 같다. 그들을 기억하자.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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