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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8 19:28 수정 : 2012.02.28 19:28

시칠리아 시라쿠스의 왕 디오니시우스가 자신의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는 신하 다모클레스를 연회에 초대해 왕좌에 앉힌 뒤 머리 위에 말총에 매달린 칼을 걸어놓았다는 고사에서 기원한 ‘다모클레스의 칼’은 그 뒤 수많은 예술 작품에서 활용됐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송가>(Odes) 3권에서 ‘시칠리아 연회’를 노래하며 겉보기만 행복한 권력자의 삶이 아닌 소박하고 목가적인 삶을 찬양했다. 셰익스피어의 연극 <헨리 4세>에 나오는 ‘왕관을 쓴 머리는 편안히 쉴 수 없다’(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는 대사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고민’을 뜻하는 관용어로 자리잡았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애초 권력자의 삶에 내재한 위험 등을 가리켰지만 ‘일촉즉발의 절박한 상황’ 등의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부채 위기 다모클레스의 칼” 따위의 표현이 미국 언론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좋은 예다. 하지만 고전학 전공자들은 이 말이 그렇게 쓰이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지난해 9월 미국 공영방송 <엔피아르>(NPR)에 나온 대니얼 멘델슨 교수는 “애초 원작이 지닌 은유가 증발해 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는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다모클레스의 칼’에 빗대 경고한 것도 “정치인들이 원작을 잘못 읽은 탓”이라고 꼬집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엊그제 신임 법관 임명식장에서 “법관에게 칼이 있다면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법관이 지녀야 할 조심스러운 태도를 강조한 원칙론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등 최근의 법원 사태에 대입해 보면 ‘칼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로도 읽힌다. 그러나 권력을 지닌 자는 늘 경계해야 한다는 ‘다모클레스의 칼’의 경구를 가슴에 새겨야 할 사람들은 정작 양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 수뇌부가 아닐까.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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