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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고착 / 곽병찬 |
자신을 형편없이 비꼬고 뒤튼 ‘개그콘서트’ 특집을 아들과 함께 깔깔대며 봤다는 강용석. 그는 스스로 찌질이, 저격수, 포기를 모르는 남자, 쿨가이, 종결남, 스토커, 늦둥이, 미친인지도, 모두까기인형…이라고 소개했다. 정신분석의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그를 “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는 유형”이라고 봤다. 생존 의지와 영웅심리가 뒤얽혀 자신보다 잘나가는 사람은 무조건 찍고 본다는 것이다.
사람은 만족을 얻는 방법이나 대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 그리고 위험에 반응하는 방식에서 제각각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자아 발달의 초기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그 초기 단계를 리비도(성적 에너지)가 집중되는 신체 부위에 따라 구강기(0~1살), 항문기(1~3살), 남근기(3~5살)로 나누는데, 각 발달단계에서 욕구가 과도하게 충족되거나 억압될 경우 그런 현상, 즉 고착(固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면적 고착은 자아 발달이 특정 시기에 정지해 현실 검증 능력을 상실하고, 나와 대상을 구별하지 못하며, 도덕적 미숙 상태에 머문다. 부분적 고착의 경우 발달 이행은 하지만, 불안해지면 고착점으로 퇴행한다.
프로이트가 특히 중시한 단계가 남근기다. 아이는 이성인 부모에 대한 관심, 동성인 부모에 대한 적대감(오이디푸스 혹은 엘렉트라 콤플렉스)을 갖게 되는데, 이때 고착이 발생하면 남근형 성격을 갖게 된다고 한다. 힘을 과시하고 숭배하며, 성적 정복욕에 사로잡힌다. 충동 조절이 어렵다.
강씨에게서 특별한 것은 박근혜·안철수·박원순뿐 아니라 부모까지도 공격한다는 점이다. “홍(준표)이 ×나게 불쌍해… 나보다 더 못난 부모 만나….” “…정치 ×나게 해봐야 부모 잘 만난 박그네 못조차가.” 남근기 고착 탓일까.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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