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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3 19:18 수정 : 2012.03.13 19:18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수천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일본 정계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가 2002년 큰소리쳤다. 그는 “일본 원전에는 플루토늄이 (핵탄두) 3000~4000발분이나 있으며, 대륙간탄도탄이 될 수 있는 로켓도 갖고 있다”고 했다. 원자로 건설은 애초 핵폭탄 제조를 위해 시작됐다.

후쿠시마 비극을 겪은 일본은 다음달 원전 54기 모두의 가동을 일단 중단하지만, 주류 보수우익의 ‘원자력 마피아’는 여전히 원전 재가동을 고집한다. 원전이 없으면 전력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세계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 근거없다는 건 독일 등 유럽의 탈원전과 후쿠시마 이후의 일본 자신이 보여준다. 거의 모든 원전이 멈춰섰지만, 일본은 좀 곤란하긴 해도 그것 때문에 망하진 않았다. 일본을 망국적 위기에 몰아넣은 건 가동 중단이 아니라 가동을 고집하는 원자력 마피아다. 원전이 없으면 세상이 망할 거라는 담론은 그들이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핵무장을 위해 유포시킨 주술에 지나지 않는다. 망하는 건 그들뿐이다.

원전 13기 가동에 25~28기를 건설하고 있고, 50기를 더 건설할 계획인 중국. 40%인 지금의 원전 의존 비중을 2030년까지 59%로 높일 한국. 원전은 그 자체가 잠재적인 거대 핵폭탄 같은 존재라는 걸 후쿠시마 사고는 보여줬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만큼이나 동아시아 원폭 지뢰밭 한복판에 앉아 있는 셈이다. 좁은 이 땅의 원전사고는 말할 것 없고, 일본 서해안(우리 동해안)이나 편서풍 지대의 중국 원전 중 단 한 곳만 사고가 나도 이 땅 전체가 후쿠시마가 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가 중대사지만, 이런 문제들을 놔두고 북한 핵만 문제삼는 것은 어리석거나 위선이다.

핵 테러 위험을 막자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추구하는 게 원자력 마피아의 안전보장이라면 반대한다.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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