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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4 19:08 수정 : 2012.03.14 19:08

젖먹이가 맨 처음 발음하게 되는 홀소리(모음)는 ‘아’, 닿소리(자음)는 입술소리라는 것이 언어학자들의 일반적 의견이다. 입술소리가 빨리 발음되는 것은 젖이나 우유를 빠는 본능적 활동으로 입술이 가장 먼저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어의 ‘파파’나 ‘마마’처럼 아빠 호칭의 기본음이 피(p) 또는 에프(f), 엄마 호칭의 기본음이 엠(m)인 것은 세계적으로 비슷한 현상이다. pap이나 mam이 ‘먹을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학설도 있다.

우리 국어사전에 ‘엄마’가 표제어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어사전>이다. 하지만 이 사전에는 엄마만 등재됐고 아빠는 없다. 그러다가 문세영의 <우리말사전>(1938년)에 아빠 엄마가 함께 등장했다. 뜻풀이는 ‘젖먹이가 아버지(어머니)를 부르는 말’로 돼 있다. 뒤에 한글학회 <큰사전>(1957년)에는 사용자가 ‘어린이’로,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에는 ‘소아’(小兒)로 바뀐다. 그 뒤 <새우리말큰사전> 등에서는 뜻풀이에 정서적 의미를 가미해 ‘아버지/어머니를 다정하게 부르는 말’로 바뀌어간다.

공주교육대 강병윤 교수가 2000년에 20살 이상 남녀 5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빠(32%)보다는 아버지(68%) 호칭이 아직 많이 쓰이지만, 엄마(63.3%)는 어머니(36.7%)를 완전히 압도한다. 특히 20대(88.6%), 30대(71.8%)에서는 엄마가 대세이며, 40대의 49.3%, 50대 이상에서도 34.1%가 엄마 호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펴낸 <표준 언어 예절>에서 ‘엄마·아빠를 어른이 써도 바른 예절’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1992년의 <표준 화법 해설>에서 ‘성장한 후에는 아버지·어머니를 사용하는 것이 바른 어법’이라고 했던 것을 20년 만에 바꾼 것이다. 언어 사용의 빠른 변화에 비해 국가의 공식 대응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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