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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02 19:16 수정 : 2012.04.02 19:16

개미의 가장 무서운 천적 가운데 하나는 명주잠자리 애벌레다. 개미귀신, 개미처녀, 개미지옥, 개미사자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유충은 모래밭 등에 작은 사발처럼 움푹 파인 구덩이를 파놓고 개미가 함정에 빠지기를 기다린다. 바로 개미지옥이다. 깔때기형 구멍의 벽에는 붙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 한번 빠지면 헤어날 길이 없다.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가는 모래알에 밀려 자꾸 미끄러져 내려가니 개미에게는 영락없이 지옥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도 한번 발을 디디면 헤어나기 힘든 개미지옥이 널려 있다. 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은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화려한 올가미에 얽혀 꼼짝달싹 못하는 인간 군상을 그렸다. 이계안 전 의원은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에서 한국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교육, 청년실업, 내 집 마련, 불안한 노년이라는 4개의 개미지옥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4·11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개미지옥과 같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 따위의 주장을 펼치며 덫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치지만 그럴수록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미국 메인주 숲 속에 손수 통나무를 짓고 생활하는 베른트 하인리히 교수의 책 <숲에 사는 즐거움>을 보면, 함정에 빠진 개미 중에서도 용케 구멍을 빠져나가는 놈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구멍이 작고 개미의 몸집이 큰 경우는 살아날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다른 연구결과를 보면, 작은 개미와 달리 큰 개미는 모래를 뿌리며 달려드는 개미귀신과 맞서 용감히 싸우면 발 몇 개를 내주더라도 함정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인권유린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갈팡질팡하며 물귀신 작전 등으로 허우적대는 박 위원장이 참고할 만한 자연의 지혜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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