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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22 19:13 수정 : 2012.04.22 19:13

예전 다방 시절에는 “커피 주세요”로 족했다. 좀 더하면 연하게, 진하게 정도였을까? 요즘 커피숍에선 커피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커피는 대신 압축되고, 희석되고, 비벼져서 개별의 상품이 된다. 상품마다 새 이름이 붙는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섞어 거품을 낸 것이 카푸치노다. 미국 커피커넥션이란 커피 체인점은 카푸치노에 얼음을 갈아 넣은 상품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리스식 아이스커피인 프라페에 카푸치노를 붙여 프라푸치노라고 불렀다. 1994년 스타벅스가 이 업체를 사들였고, 그때 프라푸치노란 단어는 스타벅스 것이 됐다.

가장 많이 팔린다는 게 딸기크림프라푸치노다. 요즘 이 음료에 들어가 빨간색을 내는 코치닐이라는 색소 때문에 소란스럽다. 이 색소는 선인장에 기생하는 벌레를 말려 가루를 내 만든다. 이 사실은 채식주의자와 이슬람 신자들을 흥분시켰다. 스타벅스는 그것도 육식이냐며 구시렁대다가, 결국 토마토에서 뽑은 색소로 바꾸겠다고 물러섰다. “그동안 내가 먹은 게 벌레가루?” 식의 격앙된 감정만 아니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코치닐 흔적은 쉽게 눈에 들어온다. 딸기우유에서 과자, 립스틱, 알약까지 붉은색이 도는 삼킬 수 있는 것들엔 어김없이 들어간다. 코치닐은 적색 2호, 적색 3호 같은 타르 화학색소를 대체한 천연재료 대접을 받는 나름 깨끗한 몸이다.

그럼에도 먹을 것에 들어가는 색소는 불필요할 뿐이다. 딸기우유가 굳이 빨갈 필요는 없다. 지금도 600여종의 식품첨가물들이 뭔가의 모양을 잡고 맛과 향을 내고,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농부로부터’란 유기농 가게엔 ‘생긴 대로 좋아’란 코너가 있다. 흠집이 난 과일을 모아서 싸게 파는 자리인데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겉모양새로 가치를 결정하는 시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세상에는 우리가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것이 한 겹 더 늘어납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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