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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23 19:17 수정 : 2012.04.23 19:17

천국의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지옥의 레이스. 투르 드 프랑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프랑스 파리 서쪽의 한 도시에서 출발해 20~21개 구간, 총 3500㎞ 안팎을 하루 한 구간씩 달린다. 해발 2000m가 넘는 피레네산맥과 알프스산맥도 넘나들어야 한다. 99회째인 올해는 중간급 산 넷, 1000m 이상의 산 5곳이 포함돼 있다.

1913년 대회 때 외젠 크리스토프는 레이스 도중 바퀴가 부러지자 자전거를 둘러메고 눈 덮인 피레네산맥을 넘어 다른 선수들과 합류해 경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 1983년 대회에서 파스칼 시몽은 경기 도중 추락사고로 어깨가 골절됐으나, 마지막까지 선두 그룹을 유지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코스가 험악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사고는 불가피했다. 세계 최고의 200여 팀이 참가하지만 완주자가 60~70팀에 그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전설도 많다. 98년 역사 속에서 최고의 전설은 치명적인 암을 극복하고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연패를 한 랜스 암스트롱일 것이다. 1996년 고환에서 시작해 뇌와 폐에까지 번진 암 수술로 선수생활을 접는 듯했지만, 그는 3년 뒤 재기해 투르 드 프랑스를 정복했다. 1998년 대회에선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3㎝나 짧아진 마르코 판타니(이탈리아)가 우승했고, 미국인 그레그 러몬드는 사냥총 오발사고로 뼈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찢기는 중상에도 불구하고 1989, 1990년 대회를 석권했다.

엊그제 낙동강 을숙도에서 한강에 이르는 한반도 종단 자전거길이 완성됐다. 이를 기념해 4대강 구간을 달리는 ‘투르 드 코리아 2012’가 진행중이다. 자연을 그렇게 파괴하고도, 자연을 생명처럼 여기는 투르 드 프랑스를 흉내내고 있으니 배짱도 좋다. 한 블로거의 지적처럼 프랑스어(투르 드)에 영어(코리아)를 붙여 만든 기이한 명칭도 꼴불견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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