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레카] ‘영향력 1위’ 언론인 / 오태규 |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래 매년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특집기사를 싣는다. 한국판 ‘파워엘리트’ 조사라고 할 수 있다.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실시하면서 이 잡지의 대표 상품이 되었을 뿐 아니라 관심과 신뢰도 매우 높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분야에선 지난해까지 23년 동안 단 두 사람만이 1위에 올랐다. 첫해부터 2004년까지는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변은 2005년에 일어났다. 새로운 별이 등장했다. 바로 지금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다. 그는 이해 배턴을 이어받은 뒤 지난해까지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활자시대에서 방송시대로, 한 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언론환경이 변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 고문의 영향력이 완전히 꺾인 건 아니다. 그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2-2-5-4-3-4위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5위권을 벗어나본 적이 없다. 특히 보수세력과 노인층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세월엔 장사가 없는 법. 그가 지난 17일 ‘기사회생에 기고만장한 새누리당’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김형태 당선자의 성추행 문제는 10년 전의 것이 왜 이제 불거져 나왔는지 석연치 않고,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 표절은 그가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의 즉각 출당론에 제동을 건 것이다. 예전 같으면 새누리당이 그의 지침에 따라 문제를 처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당선자는 여론의 압박을 못 견디고 잇달아 탈당했다. ‘영향력 1위’ 언론인의 한계가 드러난 순간이랄까. 올해는 그가 몇 위를 차지할지 궁금하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