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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버드나무 / 곽병찬 |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2010년 산림청의 조사에서 67.7%였으니, 2등(은행나무 5.6%), 3등(느티나무 2.8%)과는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다. 그러나 문화예술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무는 소나무가 아니다. 현대시, 시조, 민요에선 소나무가 최고이지만 한시, 판소리, 대중가요, 가곡에선 버드나무가 압도적이다.
설명은 여럿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별리의 아픔과 한이라는 영원한 주제를 표현하는 데 버드나무만한 게 없다. 만나고 헤어지고, 머물고 떠나는 객사나 동구 밖엔 으레 버드나무 한두 그루 심어져 있었다. 근현대사 격동기 대중가요에 버드나무가 특히 자주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자음(류, 柳)이 머물 류(留)와 같아 보내는 이의 간절함을 더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음의 아픔을 달래는 버드나무지만, 현실에선 아픈 몸을 다스리는 치료제였다. 한방에선 음기가 강해 열, 화, 독, 풍을 다스리는 진통소염제로 이용했다. 그 뿌리에서 추출한 타닌과 살리실 성분으로 제조한 아스피린은 지금도 세계인이 하루 1억알 이상 복용하는 신비의 약이다. 다른 나무보다 산소를 3배나 더 배출하니 자연 공기정화기 노릇도 한다.
경기도 고양, 한강 신곡수중보에서 하류로 7.6㎞에 걸쳐 형성된 장항습지엔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가 있다. 배출하는 산소량만 연간 3300t에 이른다. 그 효과로 일산 인근의 여름철 온도를 1~2도나 떨어뜨린다고 한다. 다른 나무 숲보다 5배의 산소를 더 뿜어낸다는 열대·아열대의 맹그로브 숲에 비유되는 까닭이다. 장항습지 버드나무 군락의 안녕을 빈다. 그가 거두는 수많은 말똥게와 쇠기러기, 재두루미, 말똥가리 등 멸종위기 새들의 안녕도 함께 빈다. 그가 떠나면 머물 데 없는 친구들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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