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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16 20:00 수정 : 2012.05.16 20:00

일본말에 ‘우치게바’라는 단어가 있다. 내부라는 뜻의 일본어 ‘우치’(うち)와 폭력이라는 뜻의 독일어 ‘게발트’(Gewalt)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좌익 당파 내부 또는 좌익 당파 사이에 린치와 테러 등의 폭력을 동원해 벌이는 항쟁을 일컫는다.

1960, 70년대 안보투쟁과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으로 기세를 올렸던 일본 학생운동권은 우치게바로 자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판 <위키피디아>를 보면, 멀리는 1950년부터 가깝게는 2003년까지 운동권 내부에서 벌어진 우치게바 과정에서 무려 1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중에는 오인 공격을 받아 피해를 본 일반인 사상자도 꽤 있다. 이를 그들의 용어로 ‘오폭’이라고 하는데, 오폭으로 인한 피해에 사죄를 한 당파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런 타락 과정을 거치며 일본 학생운동권은 몰락의 길로 갔다.

우치게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0년 일본공산당이 6·25 전쟁의 원인과 혁명전략을 놓고 국제파와 소감파로 분열하면서부터다. 하지만 1968년까지는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 헬멧이나 각목으로 무장한 난투사건 정도였고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었다. 69년에 비로소 우치게바로 인한 사망·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양상이 더욱 극렬해지면서 74년 한해에만 공격과 보복이 꼬리를 물면서 총 238건에 11명이 죽고 573명이 부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60년대부터 빈번하게 충돌하며 최대의 사상자를 낸 신좌익 학생운동조직 안 양대 파벌인 중핵파(주가쿠파)와 혁명적 마르크스주의파(가쿠마루파)의 항쟁이다.

지난 15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인 ‘경기동부’가 자신들이 반대하는 안건을 처리하려던 비당권파의 심상정·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를 집단 린치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판 우치게바가 온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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