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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20 19:20 수정 : 2012.05.20 19:20

가수 한대수는 59살에 첫아이를 얻었다. 아이의 이름은 양호다. “양호하게 자라서 양호한 일꾼이 되어달라는 뜻”이란다. 언제까지 양호 곁을 지킬 수 있을지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지난해 말 <뚜껑 열린 한대수>란 책을 냈다. 젊을 때 돈을 못 벌었으니 양호에게 인세 수입이라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으니 양호가 자라면서 봤으면 하는, 그가 유언처럼 남긴 글이기도 하다.

양호 엄마는 지독한 알코올중독 환자다. 진이 다 빠졌다고 고백하면서도 걱정스러운 아이에게 어미 자리를 빼앗지 않는다. “너의 어머니는 임신했을 때 건강한 너를 낳기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여자가 임신 9개월 동안 한 방울의 술도 안 마시고 한 모금의 담배도 안 피웠다. 그래서 네가 건강하다.” 그는 아내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20년째 분투중이다. 한대수는 “부부는 본디 그러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뇌출혈로 전신마비가 된 장도미니크 보비는 눈꺼풀을 깜빡이면서 쓴 회고록 <잠수종과 나비>에서 “아이가 놀아달라고 했을 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빠는 사지마비 놀이 하기도 바쁘단다. 당분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천사, 엄마하고 놀려무나.” 아이는 커서 아빠의 글을 읽고 어느 가족보다도 따뜻한 ‘가족 그림’을 완성했을 것이다.

“한 가족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뿌리는 부부관계다. 부부의 풍경이 곧 가족의 풍경이다.”(부부치료 전문가 박성덕 박사) 그걸 알면서도 늘 삐걱거리는 게 부부관계다. 그러나 가혹한 환경에서도 서로의 노력으로 따뜻한 가족 풍경을 완성해 가는 부부도 많다.

500년 전 부부의 애틋함이 담긴 한글 편지가 공개된 날, 결혼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바쁜 일상에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날이지만,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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