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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다네가시마 / 이근영 |
일본 규슈 남단에 ‘다네가시마’ 섬이 있다. 한자로는 ‘種子島’(종자도)라 쓰는데, 낟알 같은 생김새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쌀이 처음 전래된 땅이어서라고도 한다. 섬 끝자락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일본에 서양의 총이 처음 전해진 것을 기념하는 곳이다. 1543년 중국 해적선 한 척이 섬에 표착했다. 배에는 여행길에 나선 포르투갈인 페르낭 핀투가 타고 있었다. 다네가시마 영주는 핀투가 가지고 있던 화승총에 반해 거액을 주고 두 정을 구입한 뒤 수하 장인에게 똑같이 만들도록 지시했다. 영주는 사용법과 제조법을 알아내려고 딸을 포르투갈 사람에게 시집보내기까지 했다. 복제 총은 초기에 ‘다네가시마’라 불리다 뒤에 철포(뎃포)로 이름이 바뀌었다. 겁없이 덤비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 ‘무데뽀’의 연원이다.
이 철포가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 바꿔놓을 줄 아무도 몰랐다. 1575년 다이묘 오다 노부나가는 나가시노 전투에서 철포로 무장한 보병을 앞세워 숙적 다케다 가쓰요리의 천하무적 기마부대를 궤멸시키고 전국시대를 평정한다. 임진왜란(1592~98년) 때 한반도에 상륙한 왜병 넷 가운데 하나는 철포로 무장했다. 조선에서는 ‘하늘을 나는 새를 쏘아 맞힐 수 있다’는 의미로 조총이라 불렀다.
총포전래 기념공원에서 건너다보이는 곳에 일본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켓 발사기지’라고 자랑하는 다네가시마우주센터가 있다. 지난 18일 새벽 우리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가 일본의 첫 상업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발사 뒤 다네가시마 거리에는 ‘축 아리랑 3호 성공’이라 한글로 쓴 펼침막들이 내걸렸다. 초등학생들은 한국인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거나 허리 숙여 인사했다. “조총의 원발지”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만든 로켓”은 여전히 우리 마음의 응어리다. 언론사들에는 일장기가 ‘말소된’ 로켓 발사 사진이 돌려졌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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