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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9 19:36 수정 : 2012.06.19 19:36

지구가 창조된 시점을 <성경>에 입각해 처음으로 계산해낸 사람은 북아일랜드의 제임스 어셔 대주교였다. 그는 1654년 구약 창세기와 고문서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천지창조의 시점을 ‘기원전 4004년 10월23일’이라고 ‘정확히’ 계산했다. 이 날짜는 1710년 영국 국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19세기 전까지는 유일한 지구 나이 계산치였다.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창조과학론’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6000년에서 1만년 정도라고 주장한다. 창조과학론자들은 150억년 전에 일어난 대폭발로 우주가 생성됐다는 빅뱅이론을 부정하면서 이른바 ‘젊은 지구 창조론’을 전개했다. 이들은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는 지층과 화석들도 ‘노아의 대홍수’ 때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뒤 나온 지적설계론(intellectual design) 역시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신의 존재에 관한 목적론적 논증의 현대판으로 평가된다.

미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끊임없이 창조론과 진화론의 학교교육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일명 ‘원숭이 재판’이라고 불리는 스코프스 재판에서는 “아담은 갈비뼈에서 부인인 이브를 얻었지만 그들의 아들 카인은 어디서 부인을 얻었는가” “뱀은 하나님이 기어다니라고 저주하기 전에는 꼬리로 걸어다녔는가”는 등의 변론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창조론자들은 학교에서 진화론만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창조과학론이나 지적설계론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지만 대법원 판결(1968년, 1987년)과 펜실베이니아 도버 재판(2005년) 등에서 계속 패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교과서의 시조새 삭제 문제 등으로 창조론 대 진화론의 논쟁이 다시 불붙은 양상이다. 진화론이 완벽한 학문은 아니지만 ‘진화론이 틀렸으니 창조론이 옳다’며 떼를 쓰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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