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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20 19:22 수정 : 2012.06.20 19:22

전쟁에서 숨고 숨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좀 과장하면, 잘 숨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대결은 눈을 뜬 자와 눈을 감은 자가 싸우는 것과 같다. 이렇게 아군의 무기 체계를 적의 레이더가 포착하기 어렵게 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을 스텔스(stealth) 기술이라고 부른다. 물론 스텔스라고 해서 투명인간처럼 어떤 물체를 레이더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건 아니다. 레이더의 포착 범위를 좁히거나 큰 물체를 작게 보이게 하는 수준이다.

스텔스 기술은 매우 다양한 요소로 이뤄져 있다. 표면에서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도료 기술, 레이더파의 반사를 억제하는 설계 기술, 엔진의 배기가스 양을 줄이는 기술 등 다양한 첨단 요소들이 동원된다. 스텔스 기능을 장착한 항공기가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레이더파의 반사를 막기 위한 특수설계 기술을 사용한 데 따른 것이다.

스텔스 기술이 본격 사용된 전쟁은 1990년 걸프전쟁이다. 당시 기체 전체에 이 기술을 적용한 F-117A 나이트호크 스텔스 공격기가 출격해 이라크의 방공망을 뚫고 맹활약했다. 김정일 정권 때 이 기종의 비행기를 몰고 북한 상공을 휘젓고 다닌 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는 한 미군 퇴역 조종사의 증언도 나온 바 있다.

정부는 다음달 5일까지 최대 규모의 단일무기 구입 사업인 차기전투기(FX) 사업 기종 결정을 위한 업체별 사업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F-35A), 보잉(F-15SE), 유럽항공우주산업(유로파이터)이 3파전을 벌일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사업 주관 부서인 방위사업청의 책임자가 접수 마감도 전에 세 회사 중 고성능 스텔스 기능을 자랑하는 록히드 마틴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선정 과정은 스텔스 기능이 낮을수록 좋다는 걸 맹신한 모양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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