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7.16 19:14 수정 : 2012.07.16 19:14

일본 교토의 소바(메밀국수)집 ‘오와리야’는 1465년 문을 열었다. 550년 가까운 역사다. 일본에서 대대로 격식과 신용이 이어져 온 점포를 뜻하는 ‘시니세’(老鋪) 중에서 식당으로는 가장 나이가 많다. 일왕이 교토에 오면 꼭 들러 메밀국수를 먹는 명소다.

유럽에선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스토랑 ‘보틴’이 역사를 자랑한다.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등재된 보틴은 1725년 출발했다. 생후 40일 정도인 새끼돼지 통구이가 인기 메뉴다.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던 곳으로 이름이 높다. 프랑스 파리에서 1784년에 개점한 레스토랑 ‘르 그랑 베푸르’는 지금도 18세기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다. 나폴레옹과 그의 아내 조제핀, 빅토르 위고, 장폴 사르트르 등 단골의 이름이 쟁쟁하다. 최근 개봉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등장한다.

얼마 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발표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식당’에서 가장 역사가 긴 곳으로 서울 이문설농탕이 꼽혔다. 1904년에 문을 열어 나이가 108살이다. 한우 사골을 15시간 이상 푹 곤 뒤 기름을 걷어낸 뽀얀 육수에 머릿고기, 양지 등을 넣고 밥을 말아 식탁에 내놓는다. 담백한 맛으로 이름난 집이다. 춘원 이광수, 마라톤 영웅 손기정, 남로당 당수 박헌영, 종로 협객 김두한 등이 단골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 이야기가 되고, 전통으로 자리잡는다. 스페인 보틴에는 헤밍웨이가 앉았던 자리가 그대로 남아 세월의 향기를 전한다. 이문설농탕은 종로타워 뒤편의 2층 기와집에서 오랫동안 영업했으나, 종로 재개발 계획에 따라 지난해 200m쯤 떨어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오랜 맛과 함께 옛 자리에서 손기정·김두한의 추억이 이어지지 못한 게 아쉽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