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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24 19:15 수정 : 2012.07.24 19:15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용한 ‘사이후이’(죽은 뒤에야 그만둔다)란 표현은 애초 <논어>의 ‘태백’ 편에 나온다. 증자는 인(仁)의 완성을 위한 선비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죽어서야 멈출 길이니 이 또한 멀지 아니한가”(死而後已 不亦遠乎)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이후이’가 유명해진 것은 제갈량이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올린 <후출사표> 때문이다. 제갈량은 이 상소문에서 위나라를 멸망시켜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내며 ‘국궁진췌 사이후이’(麴窮盡膵 死而後已), 즉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하며 죽은 후에야 그만둔다’라는 비장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 뒤 ‘국궁진췌 사이후이’의 여덟 글자는 중국 지도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마오쩌둥은 1956년 11월12일 쑨원 탄생 90돌을 기념하여 쓴 ‘손중산 선생을 기념하다’라는 글에서 쑨원을 중국을 개조·변화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진정한 국궁진체 사이후이의 인물’로 높이 평가했다. 저우언라이 총리도 이 말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중국 지도자들뿐 아니다. 상하이(상해) 임시정부 시절인 1919년 이승만이 이동휘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오인(吾人)은 각각 기(其) 자격의 합불합(合不合)도 물론이고 정사(情私)의 원불원(遠不遠)도 막문(莫問)이며 단(但) 국궁진췌하야 사이후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성명에서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사이후이의 정신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전례를 참고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요즘 하는 모습을 보면 ‘잘못된 국정운영’을 죽어서야(임기가 끝나고서야) 멈추려는가 하는 탄식을 금할 수 없다. 국민이 그처럼 반대하는데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연임시킨 것이나, 마지막까지 측근 챙기기에나 골몰하는 것 등을 보면 이 대통령의 ‘사이후이’가 우려스럽기만 하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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