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레카] 두물머리 / 정재권 |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는 이제 두물머리라는 지명으로 더 익숙하다. ‘양수’(兩水)의 우리말로 알려져 있지만, ‘이수두’(二水頭)와 더 연관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수두를 그대로 풀면 바로 두물머리다. 이수두는 1750년대에 제작된 <해동지도>(보물 1591호)에 나올 정도로 유래가 깊다. 일제강점기 이전까진 양수와 이수두가 두루 쓰이다 일제 때 양수로 굳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양수와 이수두라는 지명으로는 두물머리가 안겨주는 깊은 정감을 담아낼 길이 도저히 없다.
두물머리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이 압권이다. 조선 초기의 문장가 서거정이 두물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운길산 수종사를 가리켜 “동방 사찰 가운데 최고의 풍광”이라고 칭송했을 정도다.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겨울의 설경, 일몰, 400살을 넘은 느티나무 등은 그 아름다움을 비길 곳이 드물다.
두물머리는 유기농사로도 이름이 높다. 1970년대에 한국 유기농업이 발원한 곳 가운데 하나로, 농민들이 6만여평의 하천부지를 빌려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유기농사를 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유기농업인들의 축제인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두 물이 하나가 돼, 화합과 상생을 상징해온 두물머리가 4대강 공사 탓에 갈등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이곳의 유기농단지를 없애고 자전거도로와 공연장 등을 만들 계획인 국토해양부는 오는 6일 비닐하우스 등을 완전히 쓸어버릴 작정이다. 국토부는 유기농단지를 지키고 있는 4가구 농민들에게 단지 철거를 알리는 행정대집행을 통보한 상태다. 농민들은 4대강 사업부지 안 유휴지에 1만여평 규모의 유기농장을 조성해달라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일 뿐이다. 이 정부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깨달을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