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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사회적 원심력 / 곽병찬 |
밀도가 다른 물질이 섞여 있는 액체를 가만히 두면 중력의 영향으로 밀도의 크기에 따라 가라앉는다. 침전 현상이다. 침전을 빠르게 하려면 중력을 세게 하면 되지만, 중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원심력을 대신 이용한다. 원심력은 물체가 원운동을 하면 관성의 원리에 따라 원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튕겨나가려는 힘이다. 그 크기는 물체의 질량,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반지름), 그리고 원운동 속도(각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원심력에 의해 물질이 밀도에 따라 나뉘는 것을 원심분리라 하며, 이를 이용한 것이 원심분리기다. 원심분리기는 실험용으로 익숙하지만, 요즘은 폐수 처리, 탈수, 농축 등 산업 전반에서 활용된다. 막걸리의 침전물을 분리하는 데도 이용된다. 농축 우라늄도 마찬가지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엔 우라늄235와 우라늄238이 섞여 있는데, 우라늄을 기체화해 원심분리기로 돌려, 폭발성이 강한 우라늄235의 순도를 높인 것이 농축우라늄이다.
원심력은 이런 기계적 힘으로만 생성되는 건 아니다. 어떤 사회에서도 원심력은 생성되는데, 가장 강력한 사회적 원심분리기가 시장이다. 밀도에 해당하는 것이 개인의 상품성이라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중심으로부터의 거리, 즉 반지름에 해당한다. 원심력 생성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각속도는 정부와 시장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원심력은 줄어들고, 방임하면 할수록 원심력은 커진다. 자유방임으로 각속도를 최대한 높이자는 것이 신자유주의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취약할수록 더 멀리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순도가 높은 물질은 실험 혹은 산업용으로 이용하기 좋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 중심에서 멀리 내쫓길수록 범죄와 일탈에 노출되며, 그런 사람이 고밀도(계급)로 농축되면 우라늄235처럼 폭발, 사회를 파괴한다. 혁명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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