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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친구 사이 / 정영무 |
한 사람은 수레를 타고 한 사람은 패랭이 모자를 쓰고 다녀, 부자와 가난뱅이지만 우정을 나누는 사이를 거립지교라고 한다. 망년지교는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를 말한다. 소리를 안다는 뜻의 지음은 그러한 우정의 최고 경지다.
초나라에 백아라는 귀족이 있었다. 백아는 거문고 연주를 좋아했지만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어느 날 숲 속 골짜기에서 혼자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나무꾼이 ‘음악소리가 고산유수로구나’ 하며 감탄했다. 백아의 음악세계를 단번에 알아본 젊은 나무꾼 종자기다.
두 사람은 신분의 차이도 잊은 거립지교, 나이도 상관 않는 망년지교를 나눴다. 그러던 어느 날 백아가 벼슬을 받아 다른 지방으로 갔고, 몇 년 만에 돌아온 백아는 집보다 종자기를 먼저 찾았으나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백아는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한 채 종자기를 애도했고, 다시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이다.
현실에서는 <계명우기>에 나오는 네 유형의 친구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동진의 소진은 첫째, 서로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큰 의리를 위해 노력하는 친구를 외우(畏友)라고 했다. 존경하는 친구란 뜻이다. 둘째, 힘들 때 서로 돕고 늘 함께할 수 있는 친밀한 벗을 밀우(密友)라고 했다. 셋째, 좋은 일과 노는 데만 잘 어울리는 사이로, 사사로이 친근한 친구란 뜻의 일우(<6635>友)다. 넷째, 이익만 취하고, 근심거리가 있으면 서로 미루고, 나쁜 일이 있으면 서로 떠넘기는 사이로, 친구지만 도적이나 다름없어 적우(賊友)라고 한다.
총알 대신 투표라는 선거전에서, 지향이 다른 사람을 동창이라고 ‘친구 사이’로 묶는 것도 우습지만, 알고 보면 친구 사이도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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