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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07 19:19 수정 : 2012.10.07 19:19

아일랜드만큼 민족 정서가 강한 곳은 없다. 300년 넘게 지배당하면서도 끝내 영국에 동화되지 않았다. 1922년 세계 최강 영국을 굴복시키고 독립을 쟁취할 정도였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정치적 독립만큼이나 중시했던 게 언어주권의 회복이었다. 영국은 19세기 후반까지 학교와 공사문서에서 배제하는 등 아일랜드어(게일어) 배척에 노력했다. 이런 탄압 속에서도 이들은 19세기 말까지 모국어인 게일어를 지켰다. 당시 게일어를 생활언어로 쓰는 이가 150만여명에 이르렀다. 영어 사용자(250만명)보다는 적었지만, 1845~1858년 대기근으로 말미암아 가난한 게일어 사용자들이 아사(150만여명)하거나 이민(100만여명)을 떠났음에도 그 정도나 됐다.

아일랜드는 1937년 공화정이 수립되면서 헌법에 게일어를 제1공용어, 영어를 제2공용어로 명시하는 등 부흥운동을 본격화했다. 게일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공무원 임용시험 필수과목으로 포함시켰다. 하지만 게일어 사용자는 오히려 급감했다. 현재 일상적 사용자는 국민의 2.6%인 수만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1970년대엔 게일어 부흥정책에 반대하는 운동마저 일어나기도 했다. 그 원인을 학자들은 게일어를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이론화하는 데 실패한 데서 찾는다.

한글도 게일어 못지않게 탄압당했다. 강점기간은 짧았지만, 탄압의 질은 훨씬 강했다. 그럼에도 한글은 오히려 일제치하에서 체계를 갖췄다. 60여년의 분단 속에서도 남북이 소통에 지장이 없는 건 그 때문이다. 그 공로자가 주시경 선생이다. 그가 토대를 마련하고, 최현배 선생 등 그분의 제자들이 완성한 맞춤법, 문법, 음운론 덕에 하나의 우리 말과 글을 손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지킨 한글인데, 요즘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한글이 게일어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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