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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광화문 햅쌀 / 정재권 |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선 벼를 수확하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가로 48㎝×세로 38㎝×높이 24㎝ 크기의 상자 1200개에 심어져 광화문광장에서 120여일 동안 키워진 7000여포기다. 수확된 낟알은 60㎏가량의 쌀로 만들어져 사회단체에 기부된다.
쌀 60㎏은 15만여원어치에 불과하나, 서울 한복판에서 수확한 벼의 의미를 돈으로만 매길 수는 없다. 광화문 햅쌀은 도시농업을 상징한다. 외국보다 늦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도시농업은 자연친화적 여가 활동, 에너지 절약, 생태계 보전, 공동체 회복 등의 유무형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식량위기를 이기는 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1970년 80.5%였으나 1980년 43.1%, 2000년 29.7%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특히 지난해엔 22.6%를 기록해 2010년(27.6%)보다 5.0%포인트나 급락했다. 도시농업이 활발한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2009년에 먹거리를 스스로 생산한 시민이 전체의 44%에 달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역사에서 농업은 늘 삶의 기본이었다. 조선시대 왕들은 왕궁 안팎에 친경전(親耕田)이라는 논밭을 만들어 몸소 농사를 체험하고 권장했다. 고종은 1893년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 밖 후원에 논밭을 8구역으로 나눠 친경전을 만들었다. 이 논밭은 조선의 전국 8도(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황해, 평안, 함경)를 나타내 ‘팔도배미’로 불렸다. 현재 청와대 영빈관의 앞뜰은 8개 권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유래가 바로 팔도배미다.
광화문 햅쌀이 ‘천덕꾸러기’ 신세인 농업에 대한 도시민의 이해를 높이고 먹거리 생산의 참뜻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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