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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58년 개띠 / 정재권 |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을 지낸 사카이야 다이치의 소설 <단카이의 세대>(1976년)는 인구사회학적 용어인 ‘단카이 세대’를 탄생시켰다. ‘단카이’(團塊·단괴)는 덩어리라는 뜻으로, 2차대전 뒤인 1947~49년에 대거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을 지칭한다. 이들이 흙덩이처럼 뭉쳐 사회 전반에 새로운 현상을 낳고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단카이 세대에 해당하는 이들은 한국전쟁 뒤인 1955~63년에 태어났다. 모두 69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한다. 흔히 ‘58년 개띠’로 불린다. 단카이와 ‘58년 개띠’ 세대는 많이 닮았다. 진학과 취업·주택 문제 등에서 심하게 경쟁하면서도 산업 일꾼으로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은퇴를 막 시작했거나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앞날을 놓고 보면 처지가 사뭇 다르다. 일본은 2006년 법을 손질해 노동자의 정년을 60살에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살로 사실상 늦췄다. 단카이 세대가 은퇴하면 기존의 저축에 연금·퇴직금 등이 더해져 ‘단카이 소비’가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58년 개띠’들은 회색빛이다. 기업들이 정한 정년은 평균 57.3살이라지만 실제론 53살에 직장을 떠난다. 자녀 교육 등으로 손에 쥔 것은 없는데, 국민연금 지급 시기는 62살로 한참 남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중 50대가 20.5%로 가장 많은 것은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얼마 전 정년을 60살로 의무화하거나 국민연금 지급 개시 시기에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8대 대선 유력 후보들의 약속도 비슷하다. 지금 ‘58년 개띠’들은 어느 후보의 정년 공약에 진정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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