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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1 19:30 수정 : 2012.11.11 19:30

한국판 총통제를 기억하는 <유신의 추억>, 5·18 쿠데타를 기억하는 <26년>, 작고한 김근태 전 의원 고문 사건을 되살린 <남영동 1985>, 그리고 <엠비의 추억> 등 영화계는 요즘 추억 만발이다. 여기에 육영수씨와 관련된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까지 가세했으니 기억의 대결이라 할 만하나, 육씨의 삶 역시 피살로 끝났으니, 모두 야만에 대한 기억이다.

그 성찬 한 귀퉁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박근혜 후보를 풍자했다는 영화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 논란이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에서 이 처분은 사실상 사형선고이니, 그 질기고 질긴 검열의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일제의 제도를 답습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 검열은 끔찍했다. 5·16 군사정권은 1965년 <7인의 여포로>에서 북한군을 멋있게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이만희 감독을 구속했다. 시나리오부터 검열했던 유신 정권은 1975년 한해, 80%의 한국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가위질을 했다!

시나리오 검열은 1987년 9월 폐지됐고, 완성품에 대한 사전 심의는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온 뒤에야 사라졌다. 하지만 그냥 물러가지 않았다. ‘등급보류’ 등급이 포함된 등급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등급을 받지 못하면 상영이 불가능하므로, 이는 사실상 사전검열에 의한 작품의 사형선고였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 사건을 계기로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등급보류는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이름만 바꿔 존치됐다.

한때 두세곳 있던 제한상영관은 곧 사라졌고, 제한상영가 판정 역시 사형선고가 되었다. 2007년 헌재는 관련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지만, 당국은 법조항만 일부 손질한 뒤 등급은 유지했다. 영상물 처분의 종결자로서 권력을 지키려는 집착이 놀랍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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