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1.25 19:14 수정 : 2012.11.25 19:14

백의종군의 사전적 의미는 ‘벼슬 없이 평민의 신분으로 싸움터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장수가 백의종군 처분을 받아도 완전히 병졸로 강등되는 것은 아니었다는 해석도 있다. 장수의 신분은 유지하되 직책이 없어지는 일종의 보직 해임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순신 장군의 1차 백의종군 기간에 벌어진 조선군의 여진족 토벌 전투상황을 그려놓은 ‘장양공정토시전부호도’를 보면, 이순신은 보직이 없는 상태인데도 우위장인 온성부사 양대수의 수하 장수인 우위(右衛) 우화열장(右火烈將)으로 참전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종성부사였던 원균도 우위 일계원장으로 참전했으니 이순신은 원균과 동급의 장수로 참전한 셈이다.

하지만 백의종군이 장수에겐 치욕적인 형벌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천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아득한 휘청거림”이라고 표현한 글도 있다. 이순신도 <난중일기>에서 “(어머님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백의종군 길을 떠나야 하니) 천지간에 어찌 나 같은 일이 있으랴. 빨리 죽는 것보다 못하다”고 썼다. 요즘 흔히들 백의종군을 ‘한다’, 심지어는 ‘하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백의종군은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면서 밝힌 ‘백의종군’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놓고 정치권의 관측이 분분하다. 안 후보의 사퇴 선언 자체가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란 측면이 짙기 때문이다. 단일화 협상을 거치면서 민주당에 대한 감정이 적지 않게 쌓였으리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안 후보가 훌훌 털고 일어나 전장을 누비기를 기대하는 게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염원이다. 억울하게 백의종군 처벌을 받고서도 오직 나라와 겨레를 생각하며 왜군을 물리치는 데 몰두한 이순신 장군. 안 전 후보가 그 길을 따를 것인지 많은 사람이 주시하고 있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