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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열정 / 곽병찬 |
일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중·일 3국 가운데 우리 젊은이의 열정지수(PQ)가 가장 낮다고 개탄했다. 도전의식은 없이 학력과 스펙 쌓기에나 열중하고, 창업 계획이 있는 사람은 열에 여섯이 요식업이나 넘본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부아가 끓긴 했지만, 그 또한 현실이니 속으로 삭였다.
열정지수란 별게 아니다. 긍정성, 낙천성, 신뢰감, 이해심, 동정심, 참여의식, 소통 및 개방성, 의욕, 목적의식, 비전 등의 항목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고 합쳐서 낸 등급이다. 대충 훑어만 봐도 없어도 있는 척해야 할 덕목들이다. 따라서 힘든 처지의 사람이라면 낮게 나오고, 좋은 상황에 처한 경우엔 높은 점수가 나오는 게 당연한 것들이다. 열정지수가 반영하는 것은 각 개인의 자질이 아니라 그가 처한 사회적 현실일 뿐이다. 그걸 갖고 한 나라의 경제 총수가 나무랐으니, 젊은이의 부아를 자극할 만도 했다. 한 취업사이트의 조사를 보면,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이 열정지수라고 한다. 부하직원이 여건과 관계없이 직무에 열정을 쏟기를 희망하는 것이니 상사로서는 당연하다. 하지만 경제 총수가 일자리도 챙기지 못하면서 열정 운운할 순 없는 일이다.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바라는 지수가 도덕성 지수라는데, 그는 부도덕한 상사보다 못하다.
심리학자 프레더릭 허츠버그는 직무의 만족 여부를 좌우하는 건 열정이라고 했다. 일에 대해 흥미와 가치를 느끼고, 일 자체를 보람으로 삼고, 일의 성취가 곧 보상으로 여겨질 때 열정이 불타게 되고,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1 대 99 사회의 대다수 젊은이들로선 꿈꾸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불공정 사회를 뒤엎는 일 말이다. 선거는 그런 점에서 작지만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공간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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