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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신라의 크리스마스 / 노형석 |
한국 교회사에서 기독교가 처음 전래된 해가 천주교는 1784년, 개신교는 1885년이다. 이 땅에서 성탄절을 기념하게 된 건, 약 230년 전부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학계에서는 다른 견해들이 제기된다. 1300여년 전 신라, 발해인들이 이미 동방기독교(경교)를 받아들여 예수를 알았고, 성탄 예식도 올렸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최근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돌베개)를 낸 최상한 경상대 교수가 내놓은 동방전파설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 연해주 발해 절터 유적에서 십자가 점토판이, 중국 훈춘에 있는 발해 도읍 동경용원부 터에서는 십자가 목걸이를 한 삼존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담비의 길’ 북방로를 통해 서역과 교역하면서, 소그드 상인들을 통해 기독교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불국사 경내에서도 1956년 성모자상과 돌십자가 등이 출토된 바 있다. 최 교수는 신라, 발해 절들이 기독교가 혼합된 복합 종교 시설이었을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동방기독교는 5세기 동로마제국에서 파문당해 페르시아, 중국 등 동방에 교세를 퍼뜨린 네스토리우스 교단을 일컫는다. 635년 페르시아 전도사 아라본의 사절단이 당의 장안에 처음 도착하자 태종은 직접 그들을 맞았고, 성경 번역도 명령한다. 고종 때는 385개 주마다 사원인 경교사를 두었고, 교리상으로도 불교, 도교를 넓게 포용해 교세가 융성했다고 한다. 특히 8대 황제 대종은 성탄절이 되면 향과 음식 등을 내려 크게 축하해줬다는 기록도 보인다.
일본에도 페르시아 성직자가 건너가 작위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서, 신라·발해인들도 교단의 존재는 알았을 공산이 크다. 1300여년 전 신라·발해 교인들의 성탄절 의례 풍경은 어떠했을까. 캐럴 대신, 경전을 불경처럼 염송하지 않았을까.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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